몇 달 만의 등산인지 모르겠다.
꽤 오래 된 것 같은데...
늘 혼자 온다고 "못난 놈"이라고 혼(?)만 내던 민박집 할머니가 한 분 계셨는데, 몇 년 전에 돌아가셨다.
늦게까지 자고 있으면 "밥 처먹고 자"라고 고함을 치시던 그 할머니 안 계시니 왠지 발걸음을 돌리게 된다.
오후 7시 밖에 안 됐는데, 사방은 질흙이다.
산세가 험해서 그런가....
어두워 지기 시작하면서 기온도 뚝 떨어지는 덕에 에어컨 대신 히터를 켰다.
휴가철이라 그런가 숙소 구하기가 만만치가 않아 결국 몇 바퀴를 돌아다닌 다음에야 겨우 허름한 방 하나를 구했다.
3만원이란다.
요즘같이 피서지 호황기에 3만원이면 공짜나 다름없다.(쥔장 마음 변하기 전에 얼른 얻자)
얼마 전에 장인봉과 자란봉 사이를 잇는 "하늘다리"가 생겼단다.
두 봉 사이를 건널려면 작은 동산 하나를 지나가야 할 정도로 힘겨웠는데...
산 정상에 놓인 다리가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야간 산행할려다 비가 오는 바람에 그냥 아침에 올라가기로 하고 숙소에 들어갔지만 무슨 놈의 비가 이렇게 서글프게 오는지 잠을 청하기가 만만치가 않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올라가 보자
혹시 여우 귀신이라도 나타날까봐 멀리는 못 가겠다.(*^^*)
숙소에서 입구쪽으로 조금 걸으니 청량사를 거쳐서 올라 갈 수 있는 선학정 등산로가 보인다.
혹 필요할지 모르겠다 싶어서 갖고 같던 렌턴이 이럴 땐 유용하게 쓰이네.
안 그럼 또 하나를 사야 했는데...
청량사...
전부 죽었나?
낯 선 사람이 찾아왔는대도 어째 멍멍이 한마리도 안 보인다.
담배라도 한 대 필까 했더니 ↑ 저 어른 눈치가 뵈서 그짓도 못하겠다.
청량사를 지나고 나니 렌턴을 끄면 아무것도 안 보인다.
빗줄기는 점점 굻어지는데, 야간 산행 하는 사람은 나 하나 뿐인가 인기척이라곤 찾아 볼 수가 없다.
혹시 이러다 처녀 귀신이라도 만나면 어쩌지???
귀신도 안 잡아갈 마징가에게 구원요청을 했다.
[마징가 나에게 힘을다오] ㅋㅋㅋ...
마징가가 보내온 답장이 가관이다.
앞,뒤 보지말고 처녀귀신 나오건든 바로 겁탈하란다. (말을 말아야지...)
어둠에 대한 두려움은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데, 오늘은 왠지 친숙하다.
이 어두움보다 내가 더 사악해 진 탓인가?
땀 인지 비 인지 범벅이 되어 속옷까지 다 적셨지만 상쾌하다.
한 3시간 쯤 부지런을 떨었나?
갑작스레 나타난 "하늘다리"에 조금은 놀랬다.
어떻게 생겼을까 렌턴을 비춰보곤 더 놀랐다.
산 꼭대기에 이런 다리를 놓다니....
편리하기도 하고 명물이 되기는 하겠지만 자연은 또 망가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잠시 해 봤다.(그런 놈이 거기 앉아서 담배는 왜 피웠는지....)
도회지 생활로 복잡해진 머리 식히느라 한참을 앉아 있었더니 그 새 비가 그치고 구름 사이로 흐릿하게 작은 달도 보인다.
다리 어귀에 붙어 있는 온도계를 보니 13도...
에어컨 최저 온도가 17도 인걸 감안하면 엄청 낮은 기온이다.
내려가야겠다.
혹시...
나도 심령 사진 같은 거 하나 찍히려나?
없다.
귀신도 나를 싫어하나 보다. ㅠ.ㅠ
(낮에 볼 수 있는 하늘다리)
혹시나 길이라도 잃으면 어쩌나 싶어 올라온 길을 다시 내려가려다 귀신도 싫어하는 놈이 그렇게 재수가 없으려고...
코스에서 약간 벗어났다.
결국....
길을 잃었다.
사실은 �을 잃은 게 아니라 비 때문에 등산로에 빗물이 흐르는 것을 계곡으로 착각했다
문득 올라오는 길에 들렀던 청량사 어귀에 붙어 있던 글귀가 떠오른다.↓
숙소로 내려오고 나니 경악이다.
이 집은 씻는 곳이 공동시설 밖에 없다.
네비게이션을 찍어보니 신갈까지 228km.
넉넉잡고 3시간이면 갈 수 있겠구나.
집에가서 씻고 자야겠다.
3만원만 날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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